흑도는 날의 결을 가르는 옛 셈법에서 조심스럽게 여긴 여섯 신이 드는 날을 말합니다. 전통 역법에서는 날마다 열두 신이 돌아가며 자리를 지키는데, 그 가운데 청룡·명당처럼 상서로운 여섯을 라 하고, 천형·주작··천뢰·현무·구진의 여섯을 흑도라 불렀습니다. 흑도에 드는 날은 큰일의 첫머리로 삼기보다 한 걸음 쉬어 가라는 신호로 읽어, 혼례나 개업 같은 시작의 에서는 황도일을 앞세우고 흑도일을 뒤로 미루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다만 흑도라 해서 만사가 어긋나는 날이라는 뜻은 아니며, 정리·마무리·검토처럼 차분히 다지는 일에는 오히려 어울리는 결로 새길 수 있습니다. 실제 에서는 황도·흑도만이 아니라 건제십이신과 당사자의 사주까지 함께 견주어 정하므로, 흑도는 날을 겁내게 하는 표지가 아니라 일정의 완급을 조절하는 오랜 참고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알맞습니다.